여행초보아빠의 소소한 걸음마
아이와 단둘이 프랑스(파리) 여행 - 첫째날 본문
두 아들을 가진 내게 아이와 단둘이 여행을 떠나는 일은 녀석들이 각각 일곱살이 되던 해에 제주도를 2박3일 떠남으로 부터 시작 됐다. 무엇을 봐야 한다는 목표도 딱히 정해 놓지 않았고 숙소의 예약은 첫날밤 게스트 하우스만으로, 그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는 기본을 제외하고는 따로 결정 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둘만이 서로에게 집중할 시간을 갖는다는 것, 온종일 함께 할 시간을 갖고 서로를 더 알아가고 대화를 나눈다는 것이 가장 훌륭한 성과였다.
그렇게 두 아이와 좋은 추억을 보내놓고 난 지 2년 정도 지난 올해, 좀 더 멀리 떠날 일이 갑자기 생겨 버렸다.
제주도만큼 비교적 만만한 거리도 아니고 음식 문화나 언어가 원활한 곳도 아닌 프랑스 자유여행. (2015.6.23~2015.6.29)
7~8개국, 15회 내외 정도 해외 출장을 다녀 본 경험은 있지만 사실 여행을 목적으로 해외로 떠난 본 것이라고는 10여년전 신혼여행이 고작이다. 물론 10년전쯤에 출장 일정 끝에 가족들과 합류하여 휴가를 일본에서 보낸 적은 있으나 그나마 그 땐 패키지 관광 성격이었다.
짧은 시간에 근처도 가 본적이 없는 유럽의 한 나라의 여행준비, 그것도 11살짜리 아이와 단둘이 여행을 간다는 것이 즐거움과 동시에 걱정으로 다가왔다. 설레여서라기 보다 근심이 앞서 준비 하는 과정에서도 몇 번 잠을 설치고 말았다.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라고는 가이드북과 인터넷 블로그.....
그런데, 인터넷에는 프랑스 여행의 막연한 낭만과 함께 치안에 대한 우려와 실사례가 넘쳐 났다.
소매치기, 물건 강매, 바가지와 심지어 납치에 이르기까지.
유럽 유명 관광지에 그러한 일들이 비일비재 하다는 것은 많은 여행서적에서 숱하게 들을 바가 있지만, 이러한 상황이 아이만 데리고 가야 하는 내게 유리할 지 불리할 지 매일 오락가락 하고 있었다.
"사람 사는 곳은 뭐 다 똑같지 뭐"
낮에는 긍정적으로 생각 하다가도 잠자리에 들면 이런 저런 생각에 뒤척이기도 했다. 나 혼자 가는 것이라면 상관 없겠지만 낯선 곳에서 긴급한 일이 생겼을 때 아이에 대한 안전이나 처신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별의 별 생각을 다하는 동안에도 시간을 흘러 정작 여행지에 대한 정보는 충분히 준비하지 못한 채 일주일이 지나 출발일이 다가왔다. 원래 유럽 여행은 최소한 한달 정도는 준비해야 되는 것 아닌가? 일주일이라니.....
러시아의 아에로플로트 항공기를 타고 모스크바를 잠시 경유해서 파리로 갔다가 되돌아 오는 날은 모스크바에서 16시간 경유 공백시간을 활용하여 모스크바 시내 구경을 한다는 것이 큰 계획일 뿐, 나머지는 거의 없다시피 했다.
파리에서 4박5일을 묵을 한인 민박을 어렵사리 구해 놓았고, 교통편과 주요 관광지 입장에 대한 내용은 현지에 도착해서 준비하는 것으로 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출발 직전 주말 뉴스에서 휴가철을 맡아 기승을 부리는 소매치기등을 대비하여 파리 주요 명소에 경찰력이 증강 배치 되었다는 것. 이것을 좋은 뉴스로 봐야 할 지 어떨 지 판단이 안서지만 일단 긍정적으로 보기로 했다.
[아빠의 약간 긴장된 마음과 달리 아이는 오히려 아무렇지도 않다. 물론 그래야지.]
티켓을 배정 받는 곳에서부터 아이를 데리고 가는 입장에 대한 배려가 있었다. 여행 내내 이런 분위기가 계속 되어야 할텐데...
아에로플로트 항공은 비교적 저가라는 장점에 반하여 일부 불만 어린 평가도 있었는데, 수화물 분실에 대한 얘기와 비행시간 엄수가 안된다는 얘기.....다녀온 결론부터 얘기하면 그다지 걱정할 일은 없었다. 항공사에 전화 연락 되기가 참 어렵다는 말은 나도 느낀 사실이지만 다른 건 생각 했던 것 보다 나쁘지 않았다.
출발과 동시에 게임과 영화 보기에 빠져드는 아이, 아이와 여행 하기에 이런 컨텐츠가 없었다면 어찌 할까 싶다.
러시아라는 나라의 근거 부족한 이미지 때문인 지 다소 차가워 보이는 승무원들. 그러나 서비스가 불편하거나 하진 않았고 아이와 탑승 했다고 기념선물까지 듬뿍 챙겨주는 자상함도 있다. 초등 저학년 아이에게는 어울릴 것 같은 선물이긴 하다.^^
기내식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있으니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이 때 먹었던 것은 치킨-삼계탕 죽 비슷한-과 Beef-고기완자 덮밥 같은 것 등 총 두 번이 나왔다.
모스크바까지의 비행시간은 약 9시간쯤 걸렸던 것 같다. 인천공항에서 티켓팅을 해 줄 때 경유할 항공기의 티켓 Gate번호에 빨간 색연필로 X를 표시 해주고 안내판을 확인할 것을 알려주었었다. 티켓팅에 표시된 Gate번호를 끝까지 믿고 안심해서는 곤란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더구나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SVO)공항에서 파리행으로 갈아타는 시간이 약 1시간40분 정도 밖에 안되기 때문에 그다지 여유있지는 않다.
공항 환승 절차 때 보안심사를 받는 과정에서 환승승객에 비해서 X선 투시기나 보안 인원이 수가 많이 적다는 생각이 들었고 실제로 병목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경유 환승 후 또 3시간 여 비행.
여기서도 기내식을 준다. 세 끼의 기내식에 점점 사육 당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서서히 피로도 몰려오고 잠을 자도 잔 것 같지 않고.....대견하게 잘 버텨주는 아이가 기특하다.
샤를 드골 공항에 도착한 것은 프랑스 시간으로 밤 8시가 훨씬 넘어서다. summer time도 있고 여름이 탓도 있는지 아직도 대낮처럼 환하다. 아주 다행스럽게도.....
기본적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몇가지 티켓팅 하는 옵션들(모빌리스,카르네....)이 있는데, 우리는 나비고 카드 일주일짜리를 구입해서 사용할 생각이었다. 다만 혹시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이 카드를 구입하지 못하면 매번 갈아타야 할 때 마다 일반 티켓을 구입하거나 사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을 것 같았다.
RER B를 타는 곳까지 내려와서 다행이도 영어가 어느정도 가능한 티켓 판매 담당자에게서 금쪽 같은 나비고 두 장을 한번에 구입했다. 사전에 인터넷으로 확인한 바로는 판매기에서 보증금 5유로를 내고 영수증(?)을 받아서 담당자에게 가면 나비고를 받고, 충전하고.....하는 과정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런 과정은 불필요 했다.
그러나 함께 꼭 필요한 뮤지엄 패스는 구입할 수 없었다. 어떤 사람은 이곳에서 구입했다는 이도 있었는데, 예전 얘기인지 현재는 팔지 않는다고 했다.
일단 나비고 카드만 있으면 웬만한 대중교통 대부분은 일주일(월요일~일요일)동안 무제한으로 타고 내릴 수 있으므로 당시에는 천군만마를 얻은 양 기세등등 했다. 미리 준비해 간 증명사진도 붙이고 이름도 쓰고.....
[일주일 동안 우리의 발이 되어 준 나비고 카드는 요렇게 생겼다. 1~5존까지 쓸 수 있는 나비고가 보증금 포함 40유로 정도]
우리 숙소는 9호선 거의 끝에 있는 Robespierre 역 근방에 있다. RER B를 타고 파리 북역 (Paris nord)역에서 5호선을 갈아타고 다시
Republique 역에서 환승 해야 한다.
한국 대도시의 전철에 익숙한 사람들은 어렵지 않게 노선도만 잘 보면 찾을 수 있다. 오히려 서울 지하철 노선이나 환승구 찾기보다 쉬운 편이라고 생각된다. 한 정거장의 거리가 서울 지하철의 절반 정도 밖에 안되는 것 같고, 밖으로 나오는 출구도 우리나라처럼 10여개씩 되지 않으니까.....
숙소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약도대로 한치의 오차도 없이 잘 찾아서 도착하고 나서야 한숨을 크게!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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